2018년 1월 8일 월요일

<소방관 상식> PBI가 이 실험을 하는 이유


위 영상 속 실험은 Dynamic Flame Test라고 합니다.

이 실험은 방화복에 사용되는 PBI계열 원단과 아라미드 원단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PBI계열 겉감원단을 선택하는 많은 소방본부들이 주목한 시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방화복이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정하는 표준(standard)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소방용특수방화복 성능시험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2015.12.18 개정)'이 방화복의 최소성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방용특수방화복 성능시험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모든 기준들은 방화복의 성능을 개별 원단 수준에서, 원단 전체 수준에서, 그리고 완성된 방화복 수준에서 확인합니다.

방화복의 구성은 겉감-방수투습천-안감

예를 들자면, 시험 항목 중 '화염저항성 시험'은 겉감, 투습방수천, 안감을 각각 불꽃에 노출시킨 후 불이 붙거나 녹지는 않는지를 확인합니다. 원단 수준에서의 실험인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요 (ISO 15025)
ISO 9151의 시험방식을 사용하는 열투과성 시험(heat transmission)의 경우 방화복 원단배열층 전체를 사용합니다. 겉감-방수투습천-안감을 순서대로 쌓고 불꽃에 노출 시킨 다음, 안감의 안쪽 온도를 측정하여 방화복이 직접 불꽃에 닿았을 때 방화복을 입은 사람이 언제 즈음 2도 화상을 입게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열투과성 시험은 이런 식으로 아래 쪽에서 불꽃을 쏩니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시험을 통해 방화복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소방관들에게 공급되는 방화복들은 모두 이런 시험들을 통과한 제품들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방화복이 성능기준을 충족하는데 왜 굳이 그중에서도 PBI 겉감을 사용한 방화복을 선택해야 할까요? 


표준에 사용되는 성능시험들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로 성능시험들은 생각만큼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위의 열투과성 실험으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성능기준에서 요구하는 보호수준은 방화복이 17초간 불꽃에 직접노출되어도 2도 화상을 입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열투과성 시험에서 불꽃을 내뿜는 버너의 직경은 38mm입니다. 현실에서 소방관이 플래시오버에 노출된다면 동전 하나 크기만큼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방화복 전체가 화염에 휩싸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열투과성 성능치를 가지고 있는 PBI 방화복과 아라미드 방화복으로 마네킹 연소 실험을 해보면 꽤 많은 격차가 나기도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이 나옵니다)

위 실험은 모든 면에서 같고 겉감만 PBI / 아라미드로 다른 방화복을 마네킹에 착용시킨 채 8초 동안 불꽃에 노출시켜본 시험입니다.

두 제품 모두 유럽기준(EN 469)를 통과하는 제품들입니다. 열투과성시험도 모두 통과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이렇게 판이하게 다릅니다. 2도화상+3도화상을 보면,

PBI- 6.1%
아라미드- 19.3%

원단 배열층을 잘라서 작은 불꽃에 노출시켰을 때와 방화복 전체를 불꽃에 노출시켰을 때의 결과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열투과성시험만 보았을 때는 두 제품은 비슷하지만, 마네킹 연소 시험을 보면 PBI 방화복의 성능은 압도적입니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열투과성 시험은 열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아라미드 원단의 수축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축은 방화복 수준에서는 방화복 전체의 열방호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작은 원단 샘플 수준에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라미드 방화복의 열투과성은 열투과성시험 설계 자체의 특성과 한계에 의해 과대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네킹 연소 실험과 열투과성 시험이 모두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방화복에 가해지는 장력(당기는 힘)과 역학적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시험이라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소방관은 항상 움직입니다. 따라서 방화복은 언제나 장력과 역학적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방화복의 방호성능을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시험이라는 마네킹 연소 실험 마저도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은 "정적(static)" 시험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언제나 "동적(dynamic)"이지요.



정적(static) - 마네킹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동적(dynamic) - 소방관은 언제나 움직입니다

그래서 PBI는 현실적이고 동적인 환경에서 방화복의 역할이 어떻게 제 성능을 다하는지 보기위해 Dynamic Flame Test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분이 맨 위의 동영상에서 확인한 바와 같습니다.



(재확인)

저희는 끊임없이 움직임이 있는 현장에서 불꽃에 노출 되었을 때 방화복의 겉감이 얼마나 버텨주는지가 소방관의 보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PBI는 실험실 뿐만이 아니라, 실제 화재현장에서도 최고의 보호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Dynamic Flame Test를 사용합니다. 전세계의 많은 소방본부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불타는 건물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관들을 위해 PBI를 선택합니다.



홍콩 - 2010년부터 PBI


FDNY(뉴욕) - 1994년부터 PBI
벨기에(국가전체) - 2015년부터 PBI

우리나라에서 2010년 특수방화복을 도입할 때 PBI 겉감도 함께 도입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였습니다.

인천 대우일렉트로닉스 화재 (2009년)
불꽃에 노출되어도 견뎌내는 겉감을 사용함으로써 방화복의 성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하에 PBI가 대한민국 소방에 도입되었지요. 지금도 여전히 PBI 겉감원단은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동영상 속 두 원단 (PBI / 아라미드 혼방)은 모두 현재 방화복으로 사용되는 겉감입니다. 두 원단의 차이는 성능기준 상의 시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방관 여러분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동료와 가족들에게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르실 것 같습니까? 여러분, 여러분의 동료, 가족들의 선택이 여러분이 속한 소방본부의 선택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주세요 :)

더 알아보려면...

댓글 2개:

  1. 정말 짧은식견에서 의견입니다만, 사용목적의 특성 과 사용빈도를 고려할때 오염의 세척방법에 굳이 세탁을 고집하기 보다는 케미컬제품을 이용한 세척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물론 세탁도 병행하는 조건에서 제한적인 케미컬제품을 이용하는 간이세척 정도로 하면 좋을것 같네요. 자세한건 테스트 와 소재의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어떤 케미컬 제품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