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7일 일요일

방화복의 열방호성능과 수분

사진=PBI 방화복을 입은 남호주(South Australia) 소방관들

<원문은 2018년 6월 28일 작성>

방화복의 열방호성능과 수분에 대한 질문이 들어와서 답변으로 씁니다. 당연히(?) 저는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고, 맨 아래 링크에 있는 글을 참고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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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복 안에서 수분이 미치는 영향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수분이 화재 열기에 대한 방호성능을 높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화상 없이 버티는데 도움을 주던 수분이 열 환경이 사소한 변화 만으로도 심각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분의 영향이 확 변하는 것을 소방관들은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화재 진압과 같은 강도 높은 신체 활동 시, 인체는 시간 당 1.2~1.8리터 정도의 땀을 흘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땀도 "젖은 화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재 진압 활동 중에 직접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화상은 물이 증기가 되는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땀이든, 주수 과정에서 방화복으로 흡수 된 물이든, 수분은 온도가 높으면 빠르게 증발합니다. 하지만 방수투습천 바깥에 있는 물이 외부의 높은 온도로 인해 빠르게 증발하면서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데 반해, 방수투습천 안 쪽의 습기는 바깥만큼 빠르게 증발하지 않으며, 따라서 냉각 효과도 낮습니다. 그리하여, 방화복 안 쪽의 수분이 열방호성능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방화복이 눌리는 등의 이유로 배열층이 눌리는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죠.

젖은 방화복은 마른 방화복에 비해 열 전달이 훨씬 빠릅니다. 오븐 장갑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마른 오븐 장갑은 뜨거운 냄비를 오래 잡고 있어도 온열감이 서서히 올라오지만, 젖은 오븐 장갑은 순식간에 뜨거워지지요. 물은 섭씨 937도에서 공기보다 21배 정도 빠르게 열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공기가 10단위의 열을 전달할 때 같은 온도의 물은 210단위의 열을 전달한다는 거죠. 오븐 장갑과 마찬가지로 젖은 방화복은 마른 방화복에 비해 훨씬 빠르게 열을 전달합니다. 특히 눌린 상태에서요. 눌린 상태라고 이야기하면 공기호흡기 등지게 어깨 끈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방화복을 입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굽히거나 무릎을 굽혔을 때 당겨지는 부분도 눌리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젖은 방화복은 통상적으로 증발에 의한 냉각 효과의 덕을 봅니다. 이 효과는 방화복의 온도 상승을 늦춤으로써 화상을 방지합니다. 하지만 이 냉각 효과는 소방관으로 하여금 매우 높은 열위험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들어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방화복의 냉각 효과는 다음의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방화복으로 들어오는 열에너지의 양, 소방관 주변의 상대 습도, 수분을 증발하게 하는 방화복의 성능, 그리고 수분의 대체율과 계속된 적심(wetting) 등. 방화복 내부의 수분 대체는 발한율(땀이 나는 속도)의 영향을 받고, 방화복 바깥 쪽의 수분 대체는 주수를 통한 겉감 적심의 영향을 받겠지요.

만약 (엄호 주수가 끊긴다든지의 이유로) 방화복이 지속적으로 적셔지지 않아서 방화복의 열평형이 깨지고 증발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방화복이 마를 것이고, 마르는 과정이 끝나면 냉각도 멈추게 될 것입니다. 소방관이 불이나 화점에 가까이 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므로 당연히 수분의 증발 속도도 올라가겠지요. 그리하여 소방관은 젖은 방화복이 준 "그릇된 안전감" 때문에 정말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높은 온도로 인해 아주 빠르게 방화복이 말라버리면 방화복의 온도도 매우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러면 소방관은 본인이 위험한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때는 심각한 화상을 입는 데까지 몇 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방화복 자체에는 아무런 티가 나지 않습니다. 불길에 닿은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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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은 아래의 글에서 발췌 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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