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인상적인 제품을 만났다.
Schmitz Mittz 장갑.
캐나다에서 온 이 장갑은 최근 우리나라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동영상이 보여주는 모습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장갑의 모습. 칼로도 잘리지 않는 막강한 절단저항성(cut resistance), 프로판 가스로 만들어낸 불꽃에도 화상을 입지 않는 손바닥, 소방용 장갑으로 이만한 제품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다.
동영상 진짜 잘만들었다. 돈도 몇 푼 안들었을듯.
그런데, 인증이 없다.
캐나다에서 만든 제품이고, 소방관용으로 쓰이고 있다면 NFPA 1971 "건물화재진압 및 근접화재진압용 개인안전장비에 관한 기준"에 따른 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만약에 유럽에서 소방관용 장갑으로 쓰인다면 EN 659 "소방관용 보호장갑" 인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없다. 대체 무엇이 부족하길래 인증이 없는걸까?
마침 멘토인 이안 모제스 선생님이 위의 동영상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터라 여쭤보았다.
"My question is... why didn't they get EN 659 certification for their products? Are these gloves good enough for structural firefighting?"
"제 질문은요... 왜 EN 659 인증을 받지 않은걸까요? 이 장갑들은 건물화재 소방활동에 사용하기에 충분한건가요?"
"You always need to be careful when you look at these video's. It show a flame test on the palm side of the glove, but not the back of the glove or the cuffing area. The glove complies to EN 388, but the penetration and abrasion performance is very poor. Also it does not mention viral protection, so I am not sure what moisture vapour barrier it contains. Its doubtful if it would pass EN 659, and obviously not NFPA either."
"이런 영상을 볼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해. 영상은 손바닥 부위에 대한 화염 노출 실험은 보여주지만, 같은 실험을 손등 부분이나 소매 부분에 하지는 않아. 이 장갑은 EN 388(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장갑)기준을 충족시키지만, 관통과 마모에 대한 저항성능은 취약해. 또한 이 제품은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에 관한 이야기가 없어. 따라서 나는 이 제품이 어떤 방수투습천을 쓰는지 확실치가 않네. EN 659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그리고 NFPA (1971)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네."
그리고 시애틀 소방 조용석 커미셔너께서 모제스 선생님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셨다. 맞는 이야기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주신 듯.
원래 Schmitz Mittz 장갑은 정유노동자용 보호장갑인 것 같다.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웹사이트의 주소 http://www.schmitzmittz.com/products/oil-gas-safety 때문
물론 제품명에 대놓고 Rescue와 extrication이라고 쓴 제품들은 구조와 (차량 혹은 건물) 구출용으로 보인다.
소방관들이나 구매담당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Schmitz Mittz 장갑들이 EN이나 NFPA 기준에서 소방관용 장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Rosenbauer 헬멧이나 MSA 헬멧과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현장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헬멧들은 유럽에서도 소방용 헬멧으로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면책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으나, Schmitz Mittz 장갑은 장갑이 가진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구매담당자나 착용자가 "문제 없는 제품을 사용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실제로는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모르므로 일단은 보수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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