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소방 장갑은 왜 부족한가

출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5,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출처: 전게서
어떤 장비의 보급이 가장 시급한지 판단하는 준거로서 이 표의 가치는 적지는 않지만 완벽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유는 설문 응답자 표본의 왜곡 때문이다. 응답률에 따라 특정 지역이 과대대표 될 수 있다. 가령 서울은 응답률이 15.5%에 그쳤지만, 강원은 무려 96.9%였다. 물론 절대적인 인원 수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강원 소방관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설문의 결과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국 어느 지역에 어떤 장비가 부족한지 확인하려면, 전체 값을 내는 것 보다는 지역별 결과를 내는 것이 맞다. 이 연구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연구의 목적 자체가 지역별 장비 수요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현장 소방관들이 가장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은 장갑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부터는 추정) 왜 장갑이 가장 큰 문제인가? 예전에도 한 번 포스팅 했지만, 장갑은 내구연한이 따로 없다. 즉 소모품이라는 건데, 이는 다시 "보급율은 측정되지만 노후율은 측정되지 않는다."라는 추정을 낳는다. 수시로 바꿔주도록 소모품으로 분류했는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는건가 싶다. 즉, 현장에서는 쓸 장갑이 없는데, 본부나 서의 장부에는 한 사람당 두켤레 세켤레씩 지급될 수 있는 양이 기록되어 있을 수 있다. 수시로 바꿔줄 수 있도록 예비비(?)를 가지고 있는지, 사용이 불가능한 장갑은 장비담당자의 확인 하에 폐기하고 새로운 장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고,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출처: 전게서


장갑은 품질 개선이 필요한 개인안전장비 부분에서도 1등을 해서 2관왕의 영광을 얻었다. 아마도 그립감과 벗을 때 안감이 딸려나오는 문제 때문일 것이다. 제품개발팀이 작업에 들어갔으니 뭔가 결과를 가지고 나올 것이다. "좋은"장갑을 만드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라고 들었다. 건승을 빈다.... 는 최순실 사업으로 결론(2017. 1. 31. 수정)

패션모델의 소방훈련 체험기


우선 광고부터...

*FDNY는 1994년부터 방화복 겉감으로 PBI 원단을 채택해왔으며, 방화두건 역시 PBI가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포스팅에는 하지 않은 이야기들

1. CPAT이라고 불리는 소방관 임용자격자 체력테스트는 계단오르기, 호스 끌기, 장비 들어 옮기기, 사다리 오른 후 늘리기, 문 개방, 탐색, 구조, 천장 개방으로 이뤄져있는데, 이게 또 IAFF에서 만든거다. (대체 노조가 안하는게 무엇인가)

2. 5분가량 후에 실화재진압 연습을 하는데... 교관이 SCBA를 안썼다 -_-;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유튜브 댓글란에는 old-school badass 소리가 나오는데... 아니 암걸린다고요...

3. 유튜브 댓글란은 안보는게 좋을 뻔 했다. 온갖 쓸데없는 말들이 난무한다. 하나 건진게 있긴 한데... 2014년에 FDNY에서 체력기준을 낮췄다는 이야기. 10500명 소방관 중에 여자가 44명 뿐이라서...

4. 뉴욕시 인구가 840만명 정도인데, 소방관은 10500명이다.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이고, 소방관의 수는 6674명이다. 면적 차이가 있으므로 (뉴욕: 1214km2, 서울: 605km2) 어느 정도 차이는 감안할만 하다.

미국 소방의 골든타임? NFPA 1710과 1720, 그리고 잡다한 이야기들




NFPA 1710
80% 이상 경력 소방관으로 구성된 센터의 대응시간은 지령 수신 후 60초 내 차고 출발, 4분 내 현장 도착 engine company, 8분 내 지원 도착 90%를 목표로 함 ladder company. 

이는 화재 시작 후 8~10분 정도에 섬락이 발생하고, 섬락 발생 후에는 화재가 다른 방이나 건물로 옮겨붙을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 

NFPA 1720은 80% 이상이 의용소방관으로 구성된 센터의 대응 시간 기준. 

ISO는 2.4km 마다 한 곳의 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고... 센터 관할 지역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이 2.4km라면 4분 내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래는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강원 소방관을 위해 추가로 적은 댓글
우선 어떤 형태로든 현장 출동 시간에 대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빠른 출동을 위해 미비한 점이 있다면, 그 기준에 맞도록 기존의 관행이나 습관, 기술 혹은 규칙을 개선하려는 유인(incentive)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사정이 좀 다른게... 직업소방관 즉 상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대도시 지역을 맡고, 의용소방관 volunteer들은 도시 외곽이나 농촌지역등 인구가 밀집되어있지 않은 지역을 맡습니다. 강원도를 미국으로 옮겨 놓는다고 가정한다면, 춘천이나 원주 시내 같은 지역만 직업소방관으로 이뤄진 소방관들이 맡는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직업소방관으로 이뤄진 센터에 적용되는 NFPA 1710 기준은 거칠게 말하자면 시내지역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교외 지역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센터간 혹은 지역대간 거리가 먼 지역은 어떨까요? NFPA 1720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1제곱마일당 인구가 1000명 이상인 곳은 15명이 모여서 진화를 시작하는데 9분. 1제곱마일당 인구가 500~1000명인 곳은 10명이 모여서 진화를 시작하는데 10분, 500명 이하인 지역은 6명이 모여서 진화를 시작하는데 14분. 다만 현장까지의 거리가 8마일 (14Km)가 넘어가는 경우에는 별도의 기준이 없고, 4명이 모이는 시간 부터 진화를 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분입니다. 이건 이야기가 좀 다른데, 화재 진압의 최소 인원을 4명으로 보기 때문에 4명이 모이기 전까지는 진화를 시작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여기서 제가 "모인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기준이 의용소방대 운용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센터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알람이 울리면 집이나 직장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따라서 직업소방관으로 이뤄진 소방대에 직접 적용할만한 기준도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Rand Corporation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예상소요시간=0.65+1.75*거리인데, 가령 16Km 떨어진 곳에 출동이라 한다면 28.65분이 기준 소요시간이라는 뜻입니다.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소방관의 업무중 사망과 순직 인정 여부에 관하여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찾아본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순직공무원이 대상이 되는 법령 중 "공무원연금법"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유공자법)에서 정의하는 "순직공무원"의 개념이 다르다. 우선 공무원연금법을 보면,

공무원연금법
제3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생략)2. "순직공무원"이란 제1호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危害)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공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공무원은 제외한다.
가~다. (생략)라. 소방공무원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 중 입은 위해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



당해 사건에서 "순직"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의 범주에 벌집제거 활동이 포함되느냐 여부이다. 인사혁신처의 입장은 위험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벌을 사무실에 풀어놨을 때도 같은 말을 하나 한 번 봅시다...)

반면, 2010년 태안 사건의 사망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의 개념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순직공무원"의 범위에 드는 동법 제3조 제2호 가~파 목의 정의 중에는 적용할 조항이 없으므로. 그러면 이 때 순직 이야기가 나온 것은 왜 였을까? 이건 국가유공자법의 정의 조항을 봐야 한다.

국가유공자 등의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4조(적용 대상 국가유공자)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가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다른 법률에서 이 법에 규정된 예우 등을 받도록 규정된 사람을 포함한다)은 이 법에 따른 예우를 받는다.
1~13. (생략) 
14. 순직공무원: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따른 공무원(군인과 경찰공무원은 제외한다)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상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으로서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다)

아마도 이 때는 이 조항을 적용하여 이들에게 국가유공자 자격을 부여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무리지 무리...) 공무원연금법에 비해서 국가유공자법의 순직공무원 범위는 훨씬 넓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고 이종태 소방위가 "국가유공자법"상의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는데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결론이 우스꽝스럽다. 왜냐하면 국가유공자인 순직공무원의 유가족에게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주지 못한다(않는다)는 이야기니까. 인사혁신처에서 유족에게 "당신네들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상만 받고 떨어지슈. 공무원연금법상 혜택은 넘보지 말고." 라고 한 건 아니겠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공무원의 범위와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의 범위가 다른 것은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는 국가유공자법 상 순직공무원 범위가 더 좁아야 정상이 아닌가? 아마도 개정을 거듭하다보니 두 법 간 조화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결론
고 이종태 소방위는 국가유공자법상 (아마도) 순직공무원이겠지만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였으며, 이는 1)일차적으로는 국가유공자법과 공무원연금법 상 "순직공무원" 정의의 차이에 기인하며, 2) 이차적으로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연금법 상 "위험업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데에 기인한다.

보론
우선은 2)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1)의 해결도 추진해봐야겠지만, 이걸 건드렸을 때 어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으므로, 이건 좀 신중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