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5일 수요일

벨기에의 신규방화복 선정과정 -3- (끝)


맹검 (눈가림 검사)

평가에 참가한 소방관들은 눈을 가린채 방화복을 입고 다음의 동작을 수행해보았다:
움직여보기; 무릎을 구부려보기; 똑바로 선 자세에서 물건 들기; 주머니에 손전등, 무전기, 장갑등 물품을 넣어보고 다시 빼보기; 지퍼를 열고 닫아보기; 패닉지퍼(위급상황시 한번에 지퍼를 풀 수 있는 장치) 사용해보기; 장갑을 낀 상태에서 목덮개 조절해보기; 누운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어나보기.

장애물코스




이 시험은 벨기에 연방경찰 후보생들이 평가를 받는 공식 훈련장에서 이뤄졌다. 장애물 코스 시험은 후보생 평가의 마지막 단계이며, 매우 까다롭다. 경찰 시험에서는 이 코스를 총 7회 반복 통과해야하며, 피로도가 시험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 회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한다.

시험 시행 중 무전기와 손전등을 방화복의 무전기 주머니와 손전등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시험 도중에 각 수납공간이 제 역할을 하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몇몇 주머니들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테스트

이 시험은 고온의 방에서 실시되었다. 참가한 평가자들은 열원(heat source) 앞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서있어야 했다. 이 시험의 목적은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실제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방화복 안의 열 누적을 평가해보기 위함이었다.


심박테스트

이 시험은 심장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설계되었다. 평가자들은 일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이 시험에 임했다. 방화복에 사용된 소재의 특성과 방화복의 착용감 및 활동편의성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달랐다. 이 시험 중에는 체온과 수분 손실도 기록되었다. 각 시험 회차간 충분한 휴식시간이 제공되었으며, 실험 공간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했다.


실전테스트
방화복을 입은 상태로 소방관들이 매일하는 행동의 편의성을 확인했다. 이 시험에는 차량에 탑승하고 내리는 동작,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동작, 차량에서 각종 장비를 꺼내는 동작, 사다리를 오르는 동작, 그리고 호스를 전개하는 동작이 포함되었다.


특정기능시험



방화복의 각 부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으며, 주머니와 고리를 비롯한 각 부분의 성능을 확인했다.

-지퍼: 장갑을 착용하거나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폐
-방화복 점검용 절개부: 내피의 상태를 확인하기 용이한지
-멜빵: 착용감, 조절이 편리한지 여부
-무릎 보호대
-어깨부분의 보강
-주머니: 크기는 적절한지, 접근은 편리한지 등...
-손전등, 무전기, 악세사리 홀더: 위치, 크기, 접근의 편의성 등
-다른 개인안전장비와의 호환성


개인탈출키트 시험
개인탈출키트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이 키트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여겼지만, 어떤 소방관들은 이를 불필요하거나 방화복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정도로 보았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왜 우리가 타는 차에는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있습니까?"


가시성 - 식별가능성







가시성(visibility)과 식별가능성(recognizability)은 다르다.

식별가능성: 본 소방복제 표준화 위원회는 벨기에 소방관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부여하고, '금색'을 선택하고 있는 다른 유럽 소방의 추세에 따르기로 하였다. 우리는 벨기에의 소방조직 대개혁에 발맞춰 금색을 우리의 새로운 색상으로 채택하였다. 이와 별개로, 계급인식표는 헬멧의 색상과 맞추기로 하였다.

가시성: 낮과 밤에 "잘 보이는지" 여부이다.

가시성 평가에는 연방경찰학교의 교관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였다. 별다른 정보 없이, 그들은 낮과 밤, 맑은 날과 비가 온 날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이 잘 보이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각 방화복 별 결과는 꽤 큰 차이를 보였다. 1등을 한 Texport社의 방화복은 만점을 받았으나, 2등을 한 방화복 조차도 만점의 50%도 얻지 못했다.

모든 시험과 시착이 끝난 후 우리는 평가에 참여한 모든 소방관들로 하여금 자신이 100% 만족한 방화복을 입고 나오라고 하였다. 각 소방관은 분리 된 각자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으므로, 각자 다른 소방관들이 어떤 옷을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평가위원 전원이 PBI Neo 겉감을 채택한 Texport社의 방화복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도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기 전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방화복 제조사와 개별 방화복은 총 36개의 항목에 따라 평가를 받았다. 최종 평가에서 확인 된 것은 Texport의 방화복이 36개 항목 중 32개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이었다. 비록 가격은 높았지만, 보호성능, 착용감, 제조 품질, 혁신성, 그리고 인체공학적 디자인 측면에서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가격차를 극복해낸 것이다.

평가의 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최종결과표 (1000점 만점)



이번 입찰의 최종 승자는 PBI Neo 겉감을 채택한 Texport의 방화복이었다. 더 중요한 점은, 착용 개시 1년 후 벨기에의 소방관들은 새 방화복의 보호성능과 착용감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천마디의 말을 대신해준다.



Lt. Marc Villé
Post Koksijde
Zone Westhoek
Lid van de commissie

스코틀랜드의 2016년 개인안전장비 구매



뭔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다고 제가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스코틀랜드 개인보호장비 입찰공고를 입수해서 보고 있습니다. 100페이지네요. 이런거 읽어봐야 한국에서의 업무 진행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지만 어쨌든 읽고 있습니다. 발주량도 얼마 안되는데 10년짜리(!) 계약이라 그런지 요구사항이 어마어마 합니다. 특히 평가항목이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빽빽합니다.
___
100점 만점 기준...
-제품사용기간전반의 재정적 평가 (가격이 아닙니다!) : 40점
-성능 시험: 총 35점
시나리오 1: 교통사고 - 철로(railway) 3.5점
시나리오 2: 교통사고 - 우천시 사고 3.5점
시나리오 3: 일반교통사고 3.5점
시나리오 4: 상업시설화재 7점
시나리오 5: 주거용건물화재 7점
시나리오 6: 협소공간훈련 3.5점
시나리오 7: 핵심기술사용 3.5점
시나리오 8: 고층건물에서의 안전업무 3.5점
-세탁 시험: 5점
-계약 관리: 총20점
일일관리/장비모니터링/위험관리 3점
납기준수계획/세탁수리정비계획/사이즈측정 및 맞춤형 장비 제공계획 10점
당국과의 의사소통 5점
기업의 사회적책임 2점
____
이 계약은 방화복/소방용헬멧/소방용장갑 및 부츠를 포괄하는 건이긴 합니다만, 이미 사양서에서 방화복 겉감으로는 PBI 36% 원단을 사용하도록 정하였기 때문에 입찰에 참가하는 모든 방화복 제조사는 이 PBI 원단을 겉감으로 사용한 방화복을 시험용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2016년 6월 7일 화요일

[벨기에의 신규방화복 선정과정] -2-


준비과정 중 위원회 소속 소방관들은 새로 선택된 소재들을 이미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었던 여러 국가들을 방문했다. 우리는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여러가지 조건 하에서 소재들을 실험해보았다.

우리는 방화복의 구성요소와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섬유제조업체 여러곳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소방전시회를 돌아다니며 원단제조사 및 방화복제조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는 곧 "우리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연구했다."는 뜻이다.

입찰문서가 작성, 공고되었으며, 2014년 5월 25일에는 응찰 및 평가 절차가 개시되었다. 이 작업은 내무부 사무실에서 철저한 비밀로, 그리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전문가 판정단은 가격과 EN 469(유럽의 건물화재진압용 방화복 기준)에 따른 성능실험을 포함한 광범위한 평가작업에 착수했다. 소방관의 일상업무에서 유래하는 위험을 고려하기 위해 rain tower test, manikin burn test, sweating manikin test도 평가에 포함되었다.

평가의 총점은 1000점, 평가 항목과 점수는 다음과 같았다.
총점 10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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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360점
기술적 가치 200점
실용성 평가 305점
기능성 100점
혁신성 35점

입찰에 참여한 11개사 중 7곳이 기술요건을 충족시켰다.
사용된 소재의 품질, 착용감, 그리고 가시성 측면에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제시되었다.

기술적 가치의 평가에 있어서 주요 요소 중 하나는 manikin burn test였다. 이 실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것은 2.6%의 2도 화상, 0.9%의 3도 화상만을 보인 Texport社의 방화복이었다. 총 3.5%의 중화상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겉감의 '굳어져 깨짐 현상(break-open)'도 없었다. Texport는 겉감으로 PBI Neo 제품을 선택했는데, 이 겉감은 뛰어난 물성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착용감도 매우 훌륭했다.

manikin burn test에서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방화복의 총 화상은 7.1%이었으며, 나머지 업체들의 화상범위는 10%가 넘어갔다. 그 중 한 방화복은 무려 16%의 화상이 예상되었다!

평가절차 중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현장 실험(실용성 평가 총점:305점)"이었다. Campus Vesta에서 8인의 소방관이 일곱 종류의 테스트를 여러날에 걸쳐 진행하였다. 각 종목은 다음과 같았다.

- 맹검(blind test)
- 장애물 코스
- 열 테스트
- 심박 테스트
- 실전 테스트
- 특정 기능 시험 (탈출 도구 포함)
- 가시성 평가

평가자들은 한 방화복에 대한 시험이 종료되면 시험에 참가한 다른 평가자의 의견은 모른채로 자신의 평가지를 기록해야 했다. 점수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직 평어(전적으로 동의함, 어느정도 동의함, 동의하지 않음,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만으로 평가를 내렸다.

실용성 평가 설문지

평가자 전원이 평가지를 제출한 후에 평가자 토의가 열렸다.

[벨기에의 신규방화복 선정과정] -1-


벨기에의 새 방화복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두 명의 소방관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화재사건이었다. 그들이 입고 있었던 방화복이 화상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복제위원회의 구성 작업은 속도를 높이게 된다.

2009년 딕스무이데 사고 때 소방관의 방화복


2009년 6월 17일, "소방복제 표준화 위원회"의 첫번째 회의가 브뤼셀의 내무부 청사에서 열렸다. 동 위원회의 목적은 모든 소방복제의 모델과 구성요소들을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소방관들(불어사용자와 네덜란드어사용자)로 구성되었다.

첫번째 타겟은 기동복이었다. 이 작업은 2010년말에 마무리되었으며, 2011년말에는 제품 지급이 완료되었다. 각 소방대는 2012년부터 새 기동복을 입기 시작했다.

위원회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방화복과 기동복 안에 입어야 할 내의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방화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점차 위원회의 주요 과업으로 떠올랐다. 많은 예비연구가 필요한, 어렵고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토의의 첫번째 쟁점은 방화복의 외관이었다. 가시성(visibility)과 오염확인의 용이성에 관한 많은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전통적인 관념은, 더러울수록 터프한 소방관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지만, 이는 바뀔 필요가 있었다. 결론은 모래색깔(노란색 계열)이 최상의 해법이라는 것이었다. 새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