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9일 화요일

수난현장에서 특수방화복 착용은 금물

 


장마는 끝나가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는 8월에도 비가 많이 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소방관들은 물에서 활동하게 되지요.

이제는 많은 소방관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방화복은 수난구조용으로 고안되지 않았으며, 수난구조용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방화복은 젖으면 무거워집니다. 방화복이 무거워지면, 소방관은 느려지지요. 잘 훈련된 소방관도 방화복을 입은 채 수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얕은 물이라고 하더라도, 특히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방화복을 입고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다른 가벼운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훨씬 쉽게 몸의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방화복은 주로 불과 열이 있는 현장에서의 보호를 목적으로 개발되고 제작된 보호장비입니다.

절대로 수해현장에서 착용하지 마세요.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인터슈츠 2015 - 인터슈츠 2022

 


2015년





2022년

회사 로고가 바뀌고,

사람들도 조금 바뀌고 (대개는 그냥 나이가 더 드는 방향으로),

더 많은 곳에서 우리 제품을 찾아주시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는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설렜던 2015년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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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30일 목요일

2022년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부스 위치가 나왔습니다.



2012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한 해 거른 것 빼면 매 해 참가 중인데, 해가 갈수록 자리가 안좋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부스 규모를 키워나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장 신청 때 서두르지 않았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올 해의 위치는 C-542.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방화복의 세탁




이번 인터슈츠 행사에서 몇몇 업체들에게 눈여겨보라고 했던 곳이 바로 이 Decontex라는 업체인데,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방화복 제염을 하는 곳이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매우 효과적인 제염이 가능하고 특히 물세탁으로 잘 해결이 되지 않던 방수투습천의 오염 제거에 탁월했다고 한다.


원리는 밀폐된 세탁조에 이산화탄소 기체를 넣은 후, 압력을 높여 액체로 만든 다음 이를 순환시켜서 세척을 하고 다시 압력을 낮춰 이산화탄소를 기체 상태로 만드는 것. 물을 쓰지 않는 세탁이라 건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그래서 검색을 돌려봤는데, 국내에서의 운영은 쉽지 않아보인다. 


세탁기 자체는 일렉트로룩스에서 이미 내놓았고, 국내에서도 LG전자가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Decontex 쪽 친구들 말로는 이미 유럽 8개국에서 연간 125,000벌 이상 세탁하고 있다고 한다. 근데, 밝히기는 어렵지만, 1회 세탁 가격이 꽤나 높다.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매번 돌리기는 어렵고, 아마 연 1~2회 내지 오염이 심한 현장 후 활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아이슬란드 소방관과의 만남

 


이번 인터슈츠 때 몇가지 재미있는 만남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온 소방서장과의 만남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아이슬란드 소방관들은 술꾼들로 알려져있는데, 몇 년 전 모 전시회에서 오전 9시30분에 맥주를 찾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내려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는 성(family name)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인구가 천 명 남짓에 불과한 마을의 소방서장인 데이빗 군나르손(David Gunnarsson)이 "데이빗은 내 이름이고 군나르손은 내가 군나르의 아들이라는 뜻이야. 내가 가령 마크(Mark)라는 이름의 아들을 낳으면 걔는 마크 데이빗손(Mark Davidsson)이 되는거고, 엘라(Ella)라는 딸을 낳으면 걔는 엘라 데이빗도티어 (Ella Daviddottir)가 되는거지."

그렇다면 기껏해봐야 내 이름, 그것도 성이 아닌 이름이 한 세대를 가고 그 다음에는 없어지는 것인데, 대를 잇는다는 것 같은 관념은 굉장히 희박하고, 아들이나 딸에 대한 선호도 당연히 약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출산율은 1.75 수준. 

아이슬란드는 면적으로는 남한과 비슷한데, 인구는 세종시보다도 적은 36만명에 불과하다. 소방관 수도 당연히 엄청 적고. 데이빗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소방관들은 직업 소방관이 아닌 의용 소방관이라고 말했다. 

인터슈츠에는 서장급 인사들만 10명 정도가 왔다고 한다. 거리로 따져보면 아주 멀지는 않으니 오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 소방의 문제는 소방서가 아무리 작아도 커버해야 하는 (대개는 매우매우 넓은) 지역이 있고,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장비가 있으니 그런 것을 다 갖추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한국 대도시와 비교해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달라도 너무 달라서 서로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온천 놀러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했는데, 내가 살면서 과연 아이슬란드에 갈 일이 있을지...... 

2022년 4월 28일 목요일

Flash Fire Cyliner 플래시 파이어 실린더 - 방화복의 열차단성능을 측정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

 

플래시파이어 실린더 시험


이하의 내용은 미국의 소방 잡지인 Fire Rescue 1에 실린 <Flash Fire Cylinder: A new approach for measuring turnout clothing insulation>를 번역하고 요약한 글 입니다. 


미국방화협회 표준 NFPA 1971는 방화복에 요구되는 최저 기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열과 화염에 대한 방호 성능 요구치도 포함됩니다. NFPA 1971는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열과 화염에 대한 방호 성능을 측정하는 시험들을 도입해왔습니다. 현재 열과 화염으로부터의 보호 능력을 측정함에 있어 진일보를 가져올 새로운 기술이 있으며, 이 기술은 NFPA 1971로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측정방법: 열방호성능(Thermal Protective Performance, TPP)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TPP 시험은 NFPA 1971의 1986년판에 도입되었습니다. 그 이후 방화복 배열층의 열방호성능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NFPA 1971에서는 방화복 배열층 뿐만 아니라 헬멧의 물받이, 방화두건, 방화복의 소매 부분, 방화 장갑의 배열층, 방화장갑의 손목 부분까지 TPP 시험법이 사용됩니다. 다만 성능 요구치는 각 부분별로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TPP 시험에는 가로세로 각 6인치(15.24cm) 크기의 방화복 배열층 시편과 한 개의 열량계가 사용됩니다. 이 열량계는 시편의 위에 올려져서 열에너지 전달량을 측정하며, 이 열에너지 전달량은 다시 방화복 배열층의 보호성능을 판정하는데 사용됩니다.

시편은 돌발 화염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84kW/㎡ (2cal/㎠sec.)의 열에너지에 노출됩니다. 이는 원단 배열층의 아래에서 위로 향하도록 배치된 두개의 메커 버너에서 나오는 불꽃과 늘어선 복사열 램프로부터 발생되는 것입니다.

TPP 시험 영상 


시편은 2도 화상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한 열이 원단 배열층을 통과한 것으로 센서에 감지가 될 때 까지 이 대류열·복사열 조합에 노출됩니다. 원단 배열층 마다 2도 화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 다르므로 다른 배열층을 시험 할 때 마다 노출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도 화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소요 시간은 TPP 값을 계산하는데 사용됩니다. 시간과 노출 에너지인 2cal/㎠sec. 를 곱한 결과가 TPP 값이 됩니다. 방화복과 장갑에는 35cal/cm 의 성능요구치가 적용되며, 방화복의 소매 부분, 헬멧의 물받이, 방화두건, 장갑의 손목 부분은 20cal/cm 의 성능요구치가 적용됩니다. 


TPP 시험의 한계

TPP 시험은 40년 가까이 방화복의 보호 성능을 측정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이 시험에는 원단의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게 만드는 여러 측면들이 있습니다. 시편에 센서를 그대로 올려놓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는 과정 중에 화염이나 열에 의해서 원단이 수축하는 것은 방화복 원단의 열적 보호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출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죽을 외피로 사용하는 장갑은 강력한 열에 노출되면 국지적으로 수축합니다. 이러한 수축은 장갑의 외피와 내부 사이에 공기 층을 만들고 이는 인공적으로 높은 TPP 값을 만들어 냅니다. 이는 소방관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장갑이 수축했을 때 오히려 열차단 성능이 낮아질 수 있다는것과 상반되는 것입니다.

어떤 겉감 원단은 고온에 노출 되었을 때 아래쪽으로 늘어짐으로써 방수투습천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시키고 이를 통해 TPP 시험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실험실에서 확보된 TPP 시험 결과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TPP 시험에서 사용되는 시편의 배치 방향과 모양 역시 TPP 시험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평평하게 놓인 시편에 대해 아랫쪽에서 열과 화염을 쏘는 것은 실제로 방화복과 다른 개인보호장비가 착용되는 방식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인간 신체의 형상은 평면적이라기보다는 원통형 모양(팔, 다리 몸통)의 조합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방화복 또는 산업용 방염복의 열방호성능을 측정하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풀스케일 시험인 플래시파이어 마네킹 시험에서는 120개 이상의 센서를 장착한 마네킹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플래시파이어 마네킹 시험은 매우 비쌀 뿐만 아니라 방화복의 구성이나 마네킹의 모양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방화복에 이 시험을 적용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배열층에 대한 시험 결과가 방화복에 대한 마네킹 시험 결과와 상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부족한 연관관계는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마네킹 시험은 현장의 위험 상황에서의 열차단능력을 더 현실적이고 포괄적으로 측정한다고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플래시파이어 실린더 - 새로운 시험

플래시파이어 실린더(이하 FFC)는 TPP 시험과 마네킹 시험 사이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벤치스케일 열차단성능 시험입니다. 이 시험은 방화복의 배열층 샘플을 원통형 시험기구에 둘러싸도록 만든 다음 TPP 시험이나 마네킹 시험과 동일하게 84kW/㎥의 화염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래시파이어 실린더 시험 영상


시험기구에 균일한 간격으로 장착된 15개의 열에너지 센서가 방화복 배열층을 뚫고 들어온 열에너지를 측정합니다. 이 에너지를 전달에너지(transferred energy)라고 부릅니다. 이 전달 에너지는 시험기구 시스템 교정 때 수집한 입사에너지(incident energy)와 비교합니다. 전달에너지를 입사에너지로 나눈 값은 에너지 비율 값(energy ratio value, ERV)라고 부릅니다. 즉 방화복 배열층에 가해진 에너지 중 몇퍼센트가 방화복 안쪽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값이 ERV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ERV는 재현가능한 측청치를 제공한다는 점과 방화복의 현장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에너지 비율 값 ERV = 전달에너지/입사에너지

FFC는 또한 퍼센트로 표시되는 화상 예측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FFC는 15개의 센서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한 개의 센서만 2도 화상을 기록해도 전체 화상이 7%로 기록되는 식으로 오해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값이 큰 폭으로 변하는 화상도 예측과 달리, ERV는 이러한 단절성이 없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결과값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TPP 시험은 2도 화상이 예상되는 시점에 열과 화염이 멈추는 방식으로 열원이 제거된 후에 발생하는 열침투는 측정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FFC는 10초의 열노출 후 120초 동안 데이터를 획득하기 때문에, 방화복의 원단이나 배열층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더 신뢰할만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FFC의 원통형 시험기구 본체는 손의 형태로 된 마네킹인 플래시파이어 핸드(이하 FFH)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FFH를 사용하여 방화장갑이 돌발화염에 노출되었을 때 열을 차단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FFH는 손등과 손바닥에 각각 세 개, 그리고 손목과 상완에 각 두 개씩 총 10개의 센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플래시파이어 핸드 시험영상


TPP 시험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FFC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통형 TPP 시험(cylindrical TPP)'은 기존의 TPP 시험을 원통형으로 바꾼 것이며 FFC와 마찬가지로 샘플의 수축을 반영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가 개발한 이 시험 역시 TPP의 대체 시험으로 제안되었습니다. 


방화복의 열차단 측정에 있어 차후의 고려사항

FFC를 사용한 초기 시험은 각기 다른 30개 방화복 배열층 조합의 ERV를 측정했습니다. 이 결과값들을 TPP 시험과 비교했을 때 두 시험에서 나온 결과값들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FFC가 TPP와는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을 가리킵니다. 원통형TPP 시험도 시험데이터를 쌓고 있는 중입니다.

새로운 두가지 시험방법은 모두 ASTM International의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NFPA에서는 현재의 TPP 요건을 보충하는 시험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TPP 시험이 열방호성능을 측정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산불진화복 (내피를 뗀 특수방화복을 입고 산불진압?)

일해야 하는데 산불진화복에 잠시 꽂혀서 일을 내려놓고 짧게 써봅니다.



1. 표준

제조자에게 요구되는 산불진화복의 성능과 설계 요건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북미에서는 NFPA 1977, 유럽에는 EN ISO 15384 (기존에 유럽 표준 EN 15614가 있었으나 ISO 표준으로 대체), 호주와 뉴질랜드는 AS/NZS 4824 표준(ISO 15384의 부분 변형)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산불진화대원 복제지침(2017.9)가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 표준은 다루는 범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NFPA 1977은 다른 NFPA 개인호보장비 표준과 마찬가지로 보호복 뿐만 아니라 헬멧, 장갑, 부츠, 쉘터 등 다른 장비들에 대한 사항도 다루고 있습니다. 


2. 설계

대개는 "겉감만으로 된 셔츠나 자켓에 바지" 또는 "겉감 + 라이닝으로 구성된 셔츠나 자켓에 바지"로 이뤄지며, 방수투습천이나 단열내피가 포함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산불진압 활동은 건물화재 진압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시간 동안 저강도로 움직이는 활동이며, 고온의 불꽃이나 복사열에 대한 노출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입니다.  산불진화복이 특수방화복 처럼 두껍고, 무거우며, 방수투습천이 있으면 피로가 빨리 쌓이고 활동에도 어려움이 생깁니다.

(c) Crew Boss
바지, 셔츠와 자켓, 그리고 커버럴로 구성된 상품목록

(c) Knox County Fire Bureau
딱 보기에도 너무나 다른 복장

2. 성능요구수준

(1) 열방호성능

통상적으로 특수방화복이나 건물화재진압용 보호앙상블이 직접 화염 노출에 대한 방호성능을 요구성능으로 두는 것 (NFPA 1971의 Thermal Protective Performance, EN 469와 ISO 11999-3 의 Heat Transfer Index, 대한민국 소방청 소방장비 표준규격의 불꽃열방호성능시험 등)과는 달리 산불진화복 표준에서는 복사열방호성능을 주로 봅니다. 복사열방호성능시험은 복사열원에 대한 노출이 있을 때 2도 화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요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NFPA 1977은 21kW/m2 (0.5cal/cm2)의 복사열원에 노출시키며 RPP(Radiant Protective Performance) 최소값은 7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는 산불진화복 원단(배열층)의 성능은 해당 복사열원에 노출 시 14초 이상의 시간 동안 2도 화상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ISO 15384는 20kW/m2의 복사열원에 노출시키며 RHTI24의 최소값은 11, RHTI24-12는 4 이상일 것이 요구됩니다. mean transmission factor 라는 다른 성능요구치도 있는데, 이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RPP 시험은 이렇게 합니다. (Youtube 영상)


국내 산불진화대원 복제지침은 복사열보호성능에 대한 부분은 ISO 15384와 같지만, 직접화염노출에 대한 방호성능도 요구합니다. HTI24는 3 이상이어야 합니다.


(2)열배출성능

NFPA 1977은 총열손실(Total Heat Loss) 최저기준을 500W/m2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열배출이 빠른 것으로 이해됩니다. 건물화재진압용 방화복에 요구되는 최저기준은 205W/m2입니다.  

ISO 15384는 투습저항성이라고도 불리는 증발열손실저항(Resistance to evaporative heat loss)의 최소성능요구치를 10m2Pa/W로 잡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작을수록 증발열손실을 덜 막는다는 뜻으로 낮을수록 열배출이 좋은 것으로 이해됩니다. 특수방화복에 요구되는 최저기준은 30m2Pa/W입니다. 


(3)기타 성능요건

소재 측면에서는 난연성과 내열성, 인장강도, 인열강도 등의 성능요건이 있습니다. 난연성이 없거나 열에 의한 변형이 심하거나, 내구성이 없는 소재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특수방화복을 산불진화복에 활용하는 것

사실 위의 내용들은 전부 이 부분을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입는 특수방화복이 겉감만으로 위의 요건들을 충족시킨다면, 산불진화 활동 때는 내피를 떼고 외피만 입고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에는 예시로 들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홍콩소방처인데요. 홍콩소방은 유럽표준 EN 469 방화복을 사용하는 많은 소방본부들이 내외피 일체형 방화복을 입는 것과 달리 내외피 분리형 방화복을 입습니다. 그리고 산불진화를 나갈 때는 내피를 떼고 나갑니다. 따라서 홍콩소방처는 방화복 구매를 위해 입찰공고를 낼 때 겉감만으로 산불진화복 표준의 성능요건을 충족시키는지도 조건으로 제시한다고 합니다. 

홍콩소방처는 국내에서 PBI 방화복을 입는 소방본부들과 같은 제품인 PBI Matrix를 겉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추측할 수 있는 점은 PBI Matrix가 ISO 15384의 성능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입니다. 

홍콩소방처의 방화복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자켓의 왼쪽 하단에 주황색 표식이 있는데, 이 표식은 내피를 떼면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내피를 뗀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식입니다. 산불진화모드(?)로 건물화재진압을 나간다면 금방 들킬 수 밖에 없겠네요.

잘 보면 보이는 주황색 표식

최소성능요건만으로만 보면 방화복의 겉감만 입고 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처럼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고려할 사항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문제는 방화복의 겉감만 입으면 옷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겉감과 몸 사이를 채우던 안감이 사라졌으니 좀 축 쳐진 느낌이 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통이 지나치게 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특수방화복은 유럽 방화복에 비해 내피가 더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내피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착용감과 활동성 측면에서 소방관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사실 홍콩의 사례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불진화를 위한 보호복은 별도로 지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유럽은 보통은 아예 내외피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산불진화용 보호복이 따로 있어야 하고, 북미는 내외피 분리형 방화복을 사용하긴 하지만 산불진화용 보호복을 구매해서 쓰는 것이 역시 일반적입니다. Firehouse Forum의 게시판을 보면 "산불진화용 방화복이 없어서 건물화재진압용 방화복의 내피를 떼고 입었다." 라는 글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 꽤 오래 전의 글들입니다. NFPA 1977의 초판이 1993년인 만큼 2022년인 현재는 산불진화용 방화복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의 산불진화대

만약 산불진화 작업을 위해 내피를 뗀 상태로 방화복을 입었다면, 방화복 안쪽에 입는 옷은 당연히 기동복이 되어야 합니다. 활동복은 고온에 노출되면 녹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화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면 제품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추운 날씨에 장시간 활동 하는 경우 젖은 면이 체온을 빼앗아가면서 저체온증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뜬금없는 생각

문득 내구연한이 다 되어서 폐기하는 방화복 중 멀쩡한 것이 있으면 이걸 다시 분해+재조립해서 산불진화복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특수방화복에서 대개 가장 늦게까지 제 성능을 발휘하는 부분은 겉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봉제 쪽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작업이 가능한지, 어느 정도의 비용과 품을 요구하는지 잘 모르지만, 사이즈를 줄이는 방식으로 특수방화복 겉감 -> 산불진화용 보호복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불가능한 작업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