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0일 목요일

면체 부착형 열화상 카메라 개발에 보내는 응원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는 열화상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 이하 TIC)에 대한 요구는 꽤 오랫동안 존재해왔다고 합니다. 들고 다니는 제품들은 무겁기도 하고, 한 손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니까요.


크고 아름다운 화면이지만
무거워보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제품들 중 대표적인 것 두가지를 꼽아보자면, 오스트리아의 안하는게 없는 소방장비 명가 Rosenbauer의 C1, 그리고 공기호흡기로 유명한 Scott Safety의 Sight가 있습니다.

C1은 헬멧 윗부분에 장착하는 방식의 열화상 카메라입니다.


Rosenbauer C1
사양을 살펴보면...
해상도: 384 x 288 픽셀
화면크기: 2.4 인치 (화면비 4:3)
표시가능온도: -40 °C ~ +1,200 °C
무게: 427 g (배터리 포함)
LED 전구 2개가 들어간 헤드램프 (출력: 280 루멘) 내장
사용시간: TIC 1.5시간, LED 램프 2시간
리튬이온충전지 2개 사용
헬멧의 앞 부분에 간단히 끼워서 사용

소알못이 보기에는 디스플레이가 시야를 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꽤 편리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암을 구부렸다 펴는 방식으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 같네요.


Scott Safety SIGHT

Rosenbauer가 TIC를 헬멧에 장착하는 해결책을 내놓을 것과 달리 Scott Safety는 공기호흡기 제조사답게 면체 측면에 TIC를 달고 면체 안쪽에 디스플레이를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잘 안보이지만 오른쪽 귀 위치에 달린 것이 카메라, 노즈컵(nose cup) 오른쪽에 달린 것이 디스플레이입니다. 

눈을 내리 깔면 열이 보입니다.

대략적인 사양을 살펴보자면...
무게 240g, 해상도는 160* 120, 화면은 초당 9 프레임, 사용하는 건전지는 AAA, 사용시간은 4시간, 그리고 Scott의 특정 면체와 호환... 입니다. 

C1과 비교를 해보자면 무게는 가볍고, 사용시간도 길고, 배터리도 아무거나 쓰면 되고, 시야를 가리지도 않지만, 초당 9프레임이면 조금 끊기는 느낌도 들 것이고, 화면이 작아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정적으로 Scott 면체와 호환이니 TIC를 쓰려면 면체와 공기호흡기를 바꿔야하는, 마치 사은품으로 주는 자전거 때문에 보는 신문을 바꾸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네요. 여튼 매력적으로 보이는 제품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핸즈프리 TIC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팀이 있다는 말입니다. 





삼성의 지원으로 제작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 단계인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도소방학교에서 테스트도 했다고 합니다.

두가지 이유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첫째는 기존의 제품들이 자사 제품들과의 호환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제품은 범용 제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위에서 언급한 두 제품이 국내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낮아보이기 때문입니다. 비용문제도 있고, 기존장비와의 호환 문제도 있으니 아무래도 국내에서 사용되지 못할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약오르게도 핸즈프리 TIC를 외국 소방 영상으로만 봐야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미 기존 제품이 있는데 또 무슨 제품을 개발하느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가 되는 것, 경쟁을 하는 것은 제품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극과 동기가 됩니다.

아무쪼록 잘 되어서 실제 제품으로 판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소방관 질병 관련 판례 - 폐암

"또한, 망인의 폐암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망인이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 중 흡입한 유독가스 등 발암물질(이하 ‘유독가스 등’이라 한다)에 의하여 망인의 폐암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점이 밝혀져야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화재현장에서 어떠한 유독가스 등을 흡입하였으며 그 유독가스 등에 폐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 망인이 화재현장에서 그동안 사용해 온 안전장비는 무엇이었으며 그 성능은 어떠하였는지 여부, 소방공무원의 업무 중에는 화재진압 활동과 무관한 업무도 있을 수 있으므로 망인이 그 동안 화재현장에 어느 정도의 빈도 및 비율로 투입되었는지 여부, 망인이 유독가스 등 흡입으로 일반적인 흡연자보다 조기에 폐암으로 사망한 것인지 여부를 비롯한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유사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는 다른 소방공무원들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과 같이 망인의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과 폐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는 데 필요한 간접사실들을 좀 더 심리했어야"

(출처 : 대법원 2007.05.31. 선고 2006두13374 판결[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 종합법률정보 판례)

대법원 사이트에서 "소방관 폐암"으로 검색을 해보면 딱 하나 나오는 판례... 소방관에게 굉장히 불리하다. 특히 흡연하는 소방관은 죽어서도 유가족에게 뭐 하나 남겨주는게 없게 되는 정도. 하급심에서 너그럽게 공사상으로 인정해주더라도 상급심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잘라버린다. 이 정도라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심의 때 너그럽게 인정해주지 않는 이상은 방법이 없다.

이 판례는 하급심에서는 공사상을 인정했는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상고심까지 끌고간 사례다. 위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이 심의 때 너그럽게 인정해주면 된다고 한 이유는 공단이 공사상을 인정해준다면 이의 위법여부를 다투겠다고 나설 원고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은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한마디로 X소방관의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마포구에 사는 김씨가 "내 세금으로 못줘!"하고 소송을 걸 수는 없다는 이야기. 뭐 이런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공단이 인정해주면 그걸로 끝! 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컨대 공단이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이유는... 물론 공무원 연금법 자체가 소방관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한번 너그럽게 인정해주면 비슷한 사례가 쇄도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단을 대리해서 법정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소방관 반대편에 서서 돈 못준다고 하는게 즐거울리가 없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도 아니고 세금으로 하는건데 자기들도 선심 쓰고 싶지 뭐가 아쉬워서...)
공기호흡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던 시절에도 폐암 인정이 저렇게 까다로왔다면, 이제는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저 소방활동 하다가 폐암 걸렸어요." 하면 "그러게 면체를 쓰지 그랬니? 미안하지만 그건 니가 잘못한거니까 나랏돈은 못준다." 라고 하는 모습이 눈 앞에 UHD로 펼쳐진다...

뉴욕주의 질병추정법률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페이지에서 암추정법률 이야기가 나오길래 IAFF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법률을 읽어봤다. 이번에도 역시 만만한 것은 뉴욕주...

조항. 363-D.
건강상 특정 장애의 추정; 이 장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반대되는 조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소방 서비스 입문 시 (어떠한 사전 병력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던) 신체검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급여를 지급 받는 (직업)소방관에게 전체/부분적 장애 또는 사망을 야기하는 (i) 흑색종 (ⅱ) 림프, 소화계통, 혈액, 방광, 신경, 유방, 생식계통, 또는 전립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암이 발생하는 경우, 그러한 장애와 사망에 대한 반대되는 적법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이러한 질병들이 (a) 소방관의 고의적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자연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로 발생한 것이며, (b)임무 수행 중에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항의 효력은 2005년 6월 13일까지 유지된다.

조항. 363-DD.
건강상 장애의 추정; 이 장의 어떤 규정 혹은 반대되는 일반법, 특별법, 지방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363조에 포함되는 모든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일반 공중과의 (체액에 대한 노출이 발생할 수 있는) 접촉 후 HIV, 결핵, 또는 간염에 감염되는 경우, 반대되는 적법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그/그녀의 임무수행의 자연스럽고 직접적인 결과로 그 질병들에 감염되었으며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________
요는 상기한 질병들은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되며, 이런 병에 걸렸을 때는 다른 증거가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것...

363-DD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한데, 구급대원에게 좀 더 가까운 조항으로 생각된다. 에이즈, 간염, 결핵에 걸리는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추정한다는 말.

입증 책임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 소방관들은 그 질병이 소방관 생활에 기인한다는 것을 입증해보여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 뉴욕주의 소방관들은 반대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입증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363-D는 한시법으로 이 규정이 2005년 6월 13일까지 효력이 있다고 적고 있는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IAFF에서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안했다는 말이다..... 월 $150씩이나 노조비로 떼어갔으면 일해라 IAFF!!

미국 암추정법률의 역사

1. 예전에도 한 번 했던 이야기이지만, 암추정법률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첫 시작이 1982년이었고, 아직 대한민국에는 이에 상응하는 법률이 없으므로 양국의 격차는 약 34년 정도이다.

2. 미국의 첫 암추정법률은 198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입법 되었는데, 이 법의 다른 이름은 Willam "Dallas" Jones Cancer Presumption Law 이다. William Dallas Jones는 캘리포니아주 직업소방관 협회의 재무담당자로 이 법을 통과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고 한다.

3. 2010년에는 이 법의 개정이 있었는데, 개정의 주요내용은 이 법의 대상범위를 소방관 퇴직 후 5년에서 퇴직 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었다.

4. 이 법이 최초로 통과되었던 1982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 Jerry Brown이었는데, 주 의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이를 재가했다 (미국은 주지사가 주 법률에 대한 비토를 행사할 수 있음). 캘리포니아 직업소방관 협회는 2011년 주지사 선거에서 Jerry Brown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endorsement)했고, 결국 선거에서 이긴 그가 다시 주지사가 되어 현재 재임 중이다.

5. 대한민국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공무원의 지지 표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가 암추정법률안을 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시할 수 없다.

6. 내가 정당 당직자라면, 소방관 암추정법률 공약으로 내세우고 소방관 가족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겠다. 공무원의 배우자, 부모, 자녀, 기타 친척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속하는 공무원이 아니니까.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소방용 안전장갑과 해외인증제품

종종 아마존 직구나 기타 방법으로 소방용 안전장갑을 구매하는 사례를 봅니다. 하지만 구매하는 장갑이 화재진압용이 아니라면 낭패일 수 있습니다. 직접 껴보지 않고도 내가 고른 그 장갑이 화재진압용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장갑의 인증을 보면 됩니다.

북미
NFPA 1971 인증이 있는지 보면 됩니다.
NFPA 1971:2013
이름이 매우 깁니다.


NFPA 1971는 건물화재진압용 보호앙상블 / 근접화재진압용 보호앙상블에 관한 표준입니다. 즉 NFPA 1971 인증을 받은 장갑이라면 화재진압용 장갑인 것이지요.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필요한 것이 아닌한)
근접화재용 장갑을 사지 않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장갑이 겉감으로 섬유소재를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NFPA 장갑들은 가죽겉감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령 요런 제품은 겉감으로 염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해요

유럽

EN 659:2003+A1:2008 Protective gloves for firefighters 인증 여부를 살펴보면 됩니다. 

이런 귀여운 마크가 있어요
EN 659는 소방관용 보호장갑에 대한 표준입니다. 

ESKA의 SIGA PBI
구매링크: https://goo.gl/xPWgTi

VIMPEX Athenna FX1 (PBI Max)

중간광고: PBI가 뭐길래? -> https://goo.gl/q0XSNo 

종종 EN 388을 내세우는 장갑들도 있는데요,

EN 388 로고와 각 숫자의 의미
EN 388은 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장갑에 관한 표준입니다. 즉 마모, 절단, 찢김, 뚫림 등의 위험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는 장갑에 대한 표준과 인증이 이와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N 659에는 EN 388의 시험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EN 659 장갑들은 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도 제공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N 388 장갑들과 EN 659 장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열과 화염에 대한 보호 여부입니다. 소방용으로 사용하려면 장갑의 모든 부분이 소방대원을 열과 화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EN 659의 시험들은 장갑에 쓰이는 소재들이 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도열, 복사열, 접촉열이 있는 환경에서 어떤 보호를 제공하는지, 각 소재들이 열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등을 검증합니다.


꼭 인증장갑을 사용해야 하나요

NFPA 1971이든, EN 659든, 소방용 안전장갑에 관한 KFI 인정기준이든 각 표준들은 건물화재진압에 사용하는 보호용 장갑에 대한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갑들을 사용하더라도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재현장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불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이 언제든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소방관이라면, 화재진압용 장갑이 아닌 다른 장갑을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