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6일 월요일

개인보호장비의 약한 고리, 방화두건

PBI 방화두건


고백하건대 저는 방화두건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화두건은 공기호흡기의 면체로 가려지지 않는 얼굴, 머리, 목 부분을 열과 불로부터 보호하는 매우 소중한 장비입니다. 하지만 방화두건의 중요성은 꽤나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습니다. 방화복과 화재진압용 장갑이 규격 측면에서, 그리고 제품 측면에서 진화해오는 동안 방화두건은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수준으로 머물러왔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보고자 합니다.

소방관 개인보호장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방관을 화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입니다. 이러한 역할은 대개는 열방호성능(thermal protective performance, TPP)이라는 명칭으로 표현됩니다.

가령 방화복 성능기준은 방화복이 80kW/㎡의 불꽃열에 노출된 경우에도 17초 동안은 2도 화상이 생길 정도로 내부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피부 표면온도가 24℃ 올라가면 2도 화상이 생긴다고 추정됩니다. 이를 열통과지수(heat transfer index, HTI)로 표시를 해보자면"HTI24 ≥ 17초"가 됩니다. "HTI24 ≥ 17초" 를 풀어서 써보자면, "섬락 수준의 불꽃열에 노출 되었을 때 방화복 안쪽 온도가 24℃ 상승하여 2도 화상이 걸리는데 17초 이상이 걸려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화재진압용 장갑의 열방호성능을 평가할 때도 비슷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다만 화재진압용 장갑에게 요구되는 성능은 13초간 2도 화상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열방호성능입니다. 약간 차이가 있네요. 복잡한 이야기는 미뤄두고, 방화복에 요구되는 열방호성능과 장갑에 요구되는 열방호성능에 차이는 그.래.도. 용인할만 하다고 간주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방화두건에 대해서는 요구되는 열방호성능이 없습니다. 1000℃의 열이 나오는 전기로의 30cm 거리에서 원단을 두고 반대편의 온도 상승을 측정하는 열통과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 불꽃열 노출이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열방호성능 시험과는 다릅니다.

물론 이 시험을 통과하는 제품들 중에서도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험이 최저가 입찰 제도와 결합했을 때 두건 제조사들의 최적 선택은 시험에는 통과할 수 있으면서, 원가는 가장 낮출 수 있는, 최소한의 원자재가 사용된 방화두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90g 내외의 한겹짜리 방화두건을 씁니다.

한겹짜리 방화두건 (88g)

이제, 소방관이 건물 내부에서 섬락(flashover)을 겪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방화복은 (이론과 표준시험의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17초간 소방관을 보호해줍니다. 장갑은 (최초품질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적어도 13초간 소방관을 보호해줍니다. 두건은? 현재 사용되는 제품들은 (시험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북미규격인 NFPA 1971의 10초나 유럽규격인 EN 13911에서 요구하는 8초를 견딜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마 소방관이 얼굴에 2도 화상을 입는데는 5초가 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결과는? 다른 곳은 다 멀쩡한데 얼굴과 목만 화상을 입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방화두건을 소방보호장비의 약한고리라고 부릅니다. 종종 두건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이 안면부나 목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 무엇이 이유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방화두건은 약한고리가 되었을까요? 방화복이나 장갑은 관심을 많이 받는 장비이지만 방화두건은 아닙니다. 무검사 방화복이나 목장갑 논란 같은 주목을 방화두건은 받은적이 없으니까요. 규정이 대대적으로 개정된 것도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규정 탓만 할 것은 아닙니다. KFI 인정을 받으면 같은 제품으로 간주하고 제품간 성능차이를 보지 않는 구매 관행, 최저가 입찰제도 하에서 더 좋은 제품보다는 더 싼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되는 현실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KFI 인정기준을 능가하는 제품들은 일부 소방관들이 알음알음 해외직구를 통해 구할 뿐 나라장터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FI 인정을 받은 두겹짜리 방화두건이지만
조달구매는 불가

산청은 PBI/Twaron 조합으로 두겹짜리 방화두건을 개발하여 KFI 인정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PBI 두겹 두건들이 보이는 성능에 비추어보건대 이 두건은 적어도 HTI24 ≥ 10초 이상의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산청은 조달 정책상의 이유 (동종 제품이 2개 이상이어야 등록) 나라장터에는 제품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즈음 되면 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해서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국민안전처에서 장갑과 방화두건의 성능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합니다. 올해 말이 지나면 개선된 성능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울한 예상을 펼쳐보자면, 개선된 성능기준에 맞는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다시 그 중에서 최저가 제품들이 선택될 것입니다. KFI 인정기준을 맞추면서 원가를 최소화 하는 전략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눈이 높아져가는 현장 소방관들은 다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겠지요.

결국 좋은 제품들이 나오려면 제조사, 현장소방관, 조달제도, 개인보호장비 담당자, 성능기준이 합이 잘 맞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신뢰하고 쓸 수 있는 제품들이 (가능하면 PBI를 써서...)  지급되기를 바랍니다.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번역] 암추정법률 개정 시도에 반대하는 오하이오 소방관들


*역자주: 통상적으로 암추정법률은 소방관이 암에 걸린 경우 발병이 "발암물질에 노출된다"는 소방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presume)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정(presumption)은 법용어의 용례 상 '반대되는 증거가 없는 경우 그 주장이 성립함'을 의미합니다. 실무상으로는 암에 걸린 소방관이 직무연관성을 주장하면 장기간 흡연 등 생활방식 상의 문제가 반대되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는 이상 이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즉, 암추정법률은 (산업)재해보상을 청구하는 쪽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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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추정법률 개정 시도에 반대하는 오하이오 소방관들

개정안은 소방관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거나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는 경우 추정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아


2017년 5월 14일
컬럼버스 디스패치 짐 시겔 기자

컬럼버스, 오하이오 - 암진단을 받은 소방관이 산재보상과 연금혜택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암추정법률이 오하이오 주에서 시행된지 5주 만에 주의회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이 법률의 효력을 제한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관들, 변호사들, 그리고 민주당은 이번주에 올라온 "산업재해국 예산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소방관이 근무 중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경우 암의 직무연관성 추정을 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4월 초에 발효된 법에 따르면 소방관이 6년 이상 고농도의 발암물질이 존재하는 상황을 다루는 업무에 종사한 경우, 암이 발병했을 때 암의 발생이 업무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관은 일반대중에 비해 암에 걸리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 암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정되거나,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이 흡연 등 다른 외부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 암에 걸린 (전직)소방관이 70세 이상인 경우에는 소방관은 자동적인 추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장비착용에 대한 제한이 더해지는 것이다.

하원 보험 위원회의 톰 버크먼 의원(공화당, 신시내티)는 "우리는 소방관들로 하여금 보급된 장비를 착용하게 하고 싶은 것 뿐" 이라고 말했다.

"모든 소방 본부에 모든 종류의 안전장비가 보급될 필요는 없지만, 일단 지급이 되었다면, 반드시 사용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오하이오 직업소방관협회의 더그 스턴 대변인은 이 개정안은 어떻게 독성물질이 신체로 흡수되는지에 대한 오해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한다.

방화복은 주로 절단이나 화상을 방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방화복은 얼마든지 입을 수 있지만, 불타는 건물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연기, 그을음, 발암물질 등 유독성분은 방화복을 뚫고 들어와 피부에 붙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험 소위원회 부위원장인 마이크 헨스 의원(공화당, 클레이튼)은 주 내 몇몇 소방 본부가 모든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개정안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헨스 의원은 “공기호흡기 속의 공기가 소진되어 면체를 잠깐 벗어야 한다면 면체를 벗었다는 사실 떄문에 나중에 공상 신청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공상 신청을 했을 때도 신청의 적절성을 따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몇몇 소방서들은 장비조자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이 개정안은 해결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의문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발병의 직무관련성을 추정하는 기간을 위험물질 대응을 마지막으로 담당한 시점으로부터 20년에서 15년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고 있다. 헨스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의회가 섣불리 개정안을 추진하기 전에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시행중인 법에 의하면 산업재해국은 2년 후 동법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법이 시행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스턴 의원은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은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온 사람들에게는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톰 패턴의원(공화당, 스트롱스빌)은 연 2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던 비용에 대한 몇몇 도시의 우려를 무릅쓰고 암추정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 10년 중 많은 시간동안 노력해왔다.

작년 12월 21일 의회가 마침내 이 법을 통과시켰을 때, 브링크만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패턴의원은 이 개정안이 재정 위원회에 가면 변형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정하게 다뤄지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암 발병에 따른 산재보상 인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소방관의 건강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크리스틴 보그스 의원(민주당, 콜롬버스)은 말한다.

원문: https://www.firerescue1.com/health/articles/244989018-Ohio-firefighters-oppose-move-to-restrict-new-cancer-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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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0일 목요일

면체 부착형 열화상 카메라 개발에 보내는 응원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는 열화상 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 이하 TIC)에 대한 요구는 꽤 오랫동안 존재해왔다고 합니다. 들고 다니는 제품들은 무겁기도 하고, 한 손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니까요.


크고 아름다운 화면이지만
무거워보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제품들 중 대표적인 것 두가지를 꼽아보자면, 오스트리아의 안하는게 없는 소방장비 명가 Rosenbauer의 C1, 그리고 공기호흡기로 유명한 Scott Safety의 Sight가 있습니다.

C1은 헬멧 윗부분에 장착하는 방식의 열화상 카메라입니다.


Rosenbauer C1
사양을 살펴보면...
해상도: 384 x 288 픽셀
화면크기: 2.4 인치 (화면비 4:3)
표시가능온도: -40 °C ~ +1,200 °C
무게: 427 g (배터리 포함)
LED 전구 2개가 들어간 헤드램프 (출력: 280 루멘) 내장
사용시간: TIC 1.5시간, LED 램프 2시간
리튬이온충전지 2개 사용
헬멧의 앞 부분에 간단히 끼워서 사용

소알못이 보기에는 디스플레이가 시야를 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꽤 편리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암을 구부렸다 펴는 방식으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 같네요.


Scott Safety SIGHT

Rosenbauer가 TIC를 헬멧에 장착하는 해결책을 내놓을 것과 달리 Scott Safety는 공기호흡기 제조사답게 면체 측면에 TIC를 달고 면체 안쪽에 디스플레이를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잘 안보이지만 오른쪽 귀 위치에 달린 것이 카메라, 노즈컵(nose cup) 오른쪽에 달린 것이 디스플레이입니다. 

눈을 내리 깔면 열이 보입니다.

대략적인 사양을 살펴보자면...
무게 240g, 해상도는 160* 120, 화면은 초당 9 프레임, 사용하는 건전지는 AAA, 사용시간은 4시간, 그리고 Scott의 특정 면체와 호환... 입니다. 

C1과 비교를 해보자면 무게는 가볍고, 사용시간도 길고, 배터리도 아무거나 쓰면 되고, 시야를 가리지도 않지만, 초당 9프레임이면 조금 끊기는 느낌도 들 것이고, 화면이 작아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정적으로 Scott 면체와 호환이니 TIC를 쓰려면 면체와 공기호흡기를 바꿔야하는, 마치 사은품으로 주는 자전거 때문에 보는 신문을 바꾸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네요. 여튼 매력적으로 보이는 제품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핸즈프리 TIC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팀이 있다는 말입니다. 





삼성의 지원으로 제작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 단계인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도소방학교에서 테스트도 했다고 합니다.

두가지 이유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첫째는 기존의 제품들이 자사 제품들과의 호환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제품은 범용 제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위에서 언급한 두 제품이 국내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낮아보이기 때문입니다. 비용문제도 있고, 기존장비와의 호환 문제도 있으니 아무래도 국내에서 사용되지 못할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약오르게도 핸즈프리 TIC를 외국 소방 영상으로만 봐야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미 기존 제품이 있는데 또 무슨 제품을 개발하느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가 되는 것, 경쟁을 하는 것은 제품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극과 동기가 됩니다.

아무쪼록 잘 되어서 실제 제품으로 판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소방관 질병 관련 판례 - 폐암

"또한, 망인의 폐암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망인이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 중 흡입한 유독가스 등 발암물질(이하 ‘유독가스 등’이라 한다)에 의하여 망인의 폐암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점이 밝혀져야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화재현장에서 어떠한 유독가스 등을 흡입하였으며 그 유독가스 등에 폐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 망인이 화재현장에서 그동안 사용해 온 안전장비는 무엇이었으며 그 성능은 어떠하였는지 여부, 소방공무원의 업무 중에는 화재진압 활동과 무관한 업무도 있을 수 있으므로 망인이 그 동안 화재현장에 어느 정도의 빈도 및 비율로 투입되었는지 여부, 망인이 유독가스 등 흡입으로 일반적인 흡연자보다 조기에 폐암으로 사망한 것인지 여부를 비롯한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유사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는 다른 소방공무원들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과 같이 망인의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과 폐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는 데 필요한 간접사실들을 좀 더 심리했어야"

(출처 : 대법원 2007.05.31. 선고 2006두13374 판결[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 종합법률정보 판례)

대법원 사이트에서 "소방관 폐암"으로 검색을 해보면 딱 하나 나오는 판례... 소방관에게 굉장히 불리하다. 특히 흡연하는 소방관은 죽어서도 유가족에게 뭐 하나 남겨주는게 없게 되는 정도. 하급심에서 너그럽게 공사상으로 인정해주더라도 상급심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잘라버린다. 이 정도라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심의 때 너그럽게 인정해주지 않는 이상은 방법이 없다.

이 판례는 하급심에서는 공사상을 인정했는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상고심까지 끌고간 사례다. 위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이 심의 때 너그럽게 인정해주면 된다고 한 이유는 공단이 공사상을 인정해준다면 이의 위법여부를 다투겠다고 나설 원고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은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한마디로 X소방관의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마포구에 사는 김씨가 "내 세금으로 못줘!"하고 소송을 걸 수는 없다는 이야기. 뭐 이런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공단이 인정해주면 그걸로 끝! 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컨대 공단이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이유는... 물론 공무원 연금법 자체가 소방관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한번 너그럽게 인정해주면 비슷한 사례가 쇄도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단을 대리해서 법정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소방관 반대편에 서서 돈 못준다고 하는게 즐거울리가 없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도 아니고 세금으로 하는건데 자기들도 선심 쓰고 싶지 뭐가 아쉬워서...)
공기호흡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던 시절에도 폐암 인정이 저렇게 까다로왔다면, 이제는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저 소방활동 하다가 폐암 걸렸어요." 하면 "그러게 면체를 쓰지 그랬니? 미안하지만 그건 니가 잘못한거니까 나랏돈은 못준다." 라고 하는 모습이 눈 앞에 UHD로 펼쳐진다...

뉴욕주의 질병추정법률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페이지에서 암추정법률 이야기가 나오길래 IAFF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법률을 읽어봤다. 이번에도 역시 만만한 것은 뉴욕주...

조항. 363-D.
건강상 특정 장애의 추정; 이 장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반대되는 조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소방 서비스 입문 시 (어떠한 사전 병력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던) 신체검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급여를 지급 받는 (직업)소방관에게 전체/부분적 장애 또는 사망을 야기하는 (i) 흑색종 (ⅱ) 림프, 소화계통, 혈액, 방광, 신경, 유방, 생식계통, 또는 전립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암이 발생하는 경우, 그러한 장애와 사망에 대한 반대되는 적법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이러한 질병들이 (a) 소방관의 고의적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자연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로 발생한 것이며, (b)임무 수행 중에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항의 효력은 2005년 6월 13일까지 유지된다.

조항. 363-DD.
건강상 장애의 추정; 이 장의 어떤 규정 혹은 반대되는 일반법, 특별법, 지방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363조에 포함되는 모든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일반 공중과의 (체액에 대한 노출이 발생할 수 있는) 접촉 후 HIV, 결핵, 또는 간염에 감염되는 경우, 반대되는 적법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아니하는 한 그/그녀의 임무수행의 자연스럽고 직접적인 결과로 그 질병들에 감염되었으며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________
요는 상기한 질병들은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되며, 이런 병에 걸렸을 때는 다른 증거가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것...

363-DD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한데, 구급대원에게 좀 더 가까운 조항으로 생각된다. 에이즈, 간염, 결핵에 걸리는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추정한다는 말.

입증 책임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 소방관들은 그 질병이 소방관 생활에 기인한다는 것을 입증해보여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 뉴욕주의 소방관들은 반대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입증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363-D는 한시법으로 이 규정이 2005년 6월 13일까지 효력이 있다고 적고 있는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IAFF에서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안했다는 말이다..... 월 $150씩이나 노조비로 떼어갔으면 일해라 IAFF!!

미국 암추정법률의 역사

1. 예전에도 한 번 했던 이야기이지만, 암추정법률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첫 시작이 1982년이었고, 아직 대한민국에는 이에 상응하는 법률이 없으므로 양국의 격차는 약 34년 정도이다.

2. 미국의 첫 암추정법률은 198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입법 되었는데, 이 법의 다른 이름은 Willam "Dallas" Jones Cancer Presumption Law 이다. William Dallas Jones는 캘리포니아주 직업소방관 협회의 재무담당자로 이 법을 통과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고 한다.

3. 2010년에는 이 법의 개정이 있었는데, 개정의 주요내용은 이 법의 대상범위를 소방관 퇴직 후 5년에서 퇴직 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었다.

4. 이 법이 최초로 통과되었던 1982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 Jerry Brown이었는데, 주 의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이를 재가했다 (미국은 주지사가 주 법률에 대한 비토를 행사할 수 있음). 캘리포니아 직업소방관 협회는 2011년 주지사 선거에서 Jerry Brown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endorsement)했고, 결국 선거에서 이긴 그가 다시 주지사가 되어 현재 재임 중이다.

5. 대한민국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공무원의 지지 표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가 암추정법률안을 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시할 수 없다.

6. 내가 정당 당직자라면, 소방관 암추정법률 공약으로 내세우고 소방관 가족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겠다. 공무원의 배우자, 부모, 자녀, 기타 친척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속하는 공무원이 아니니까.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소방용 안전장갑과 해외인증제품

종종 아마존 직구나 기타 방법으로 소방용 안전장갑을 구매하는 사례를 봅니다. 하지만 구매하는 장갑이 화재진압용이 아니라면 낭패일 수 있습니다. 직접 껴보지 않고도 내가 고른 그 장갑이 화재진압용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장갑의 인증을 보면 됩니다.

북미
NFPA 1971 인증이 있는지 보면 됩니다.
NFPA 1971:2013
이름이 매우 깁니다.


NFPA 1971는 건물화재진압용 보호앙상블 / 근접화재진압용 보호앙상블에 관한 표준입니다. 즉 NFPA 1971 인증을 받은 장갑이라면 화재진압용 장갑인 것이지요.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필요한 것이 아닌한)
근접화재용 장갑을 사지 않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장갑이 겉감으로 섬유소재를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NFPA 장갑들은 가죽겉감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령 요런 제품은 겉감으로 염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해요

유럽

EN 659:2003+A1:2008 Protective gloves for firefighters 인증 여부를 살펴보면 됩니다. 

이런 귀여운 마크가 있어요
EN 659는 소방관용 보호장갑에 대한 표준입니다. 

ESKA의 SIGA P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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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PEX Athenna FX1 (PBI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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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EN 388을 내세우는 장갑들도 있는데요,

EN 388 로고와 각 숫자의 의미
EN 388은 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장갑에 관한 표준입니다. 즉 마모, 절단, 찢김, 뚫림 등의 위험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는 장갑에 대한 표준과 인증이 이와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N 659에는 EN 388의 시험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EN 659 장갑들은 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도 제공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N 388 장갑들과 EN 659 장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열과 화염에 대한 보호 여부입니다. 소방용으로 사용하려면 장갑의 모든 부분이 소방대원을 열과 화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EN 659의 시험들은 장갑에 쓰이는 소재들이 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도열, 복사열, 접촉열이 있는 환경에서 어떤 보호를 제공하는지, 각 소재들이 열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등을 검증합니다.


꼭 인증장갑을 사용해야 하나요

NFPA 1971이든, EN 659든, 소방용 안전장갑에 관한 KFI 인정기준이든 각 표준들은 건물화재진압에 사용하는 보호용 장갑에 대한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갑들을 사용하더라도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재현장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불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이 언제든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소방관이라면, 화재진압용 장갑이 아닌 다른 장갑을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